▣ 위암수술 후 문합부 누출
수술이 끝나고 이튿날 2024년 8월 9일 배액관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고 탁하고 먼가 허옇고 이상한 고름 같은 것들이 좌측 배액관을 통해서 배출이 되었습니다. 이 일로 담당교수님께서는 급히 CT를 찍고 문합부 누출이 어디서 일어나는지 찾으려고 했지만 CT에 확인될 정도로 크게 천공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스탠드 관을 삽입하는 응급시술이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문합부 누출이 예상되는 곳을 막음으로써 추 후 경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응급시술이란 말에 아버지는 한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셨습니다. 수술이 끝난 지 얼마 안돼서 아직 섬망증세가 조금 남아있었고 혹여나 수술이 잘못된 게 아닌가 싶은 마음에 불안에 떨고 무서워하셨습니다. 바늘구멍막큼 작은 틈이 생긴 걸로 예상이 되었기에 응급시술 이후 항생제로 처치가능했지만 수술이 완벽하게 한 번에 끝나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수술 전에 문합부 누출은 약 5%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을 들었고 혹여나 아버지가 고령이기 때문에 수술을 하시고 상처가 과연 제대로 아물지 걱정하고 있던 차에 우려가 현실이 된 점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자칫 복막염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합병증이기 때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합병증 무기폐
수술 후 가장 흔한 합병증은 폐렴이라고 합니다. 폐렴은 발생 후 패혈증으로 발전되어서 잘못하면 쇼크로 인한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조심해야 할 합병증이기도 합니다. 폐렴의 발생 확률은 약 20% 정도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다행히 폐렴은 아니었지만 수술 후 또 다른 합병증인 무기폐 증상이 보였습니다. 무기폐는 폐렴과 비슷한 의심 증상으로 열이 37.5에서 38.5 도를 오갔으며 산소포화도가 정상에 조금 못 미치는 93% 정도가 나왔기에 계속해서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산소포화도의 정상수치는 95% 이상이며 95% 이하는 저산소증 주의, 90% 이하는 저산소증으로 호흡이 곤란한 위급한 상태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부족한 산소를 코줄을 통해 공급받으셨고 휠체어를 이용해서 병실 밖으로 이동할 때도 산소공급기를 달고 다니실정도로 많은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무기폐에 대한 치료 및 폐렴 예방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기침과 함께 가래를 뱉어내는 일이었습니다. 가래는 폐에 들러붙지 않게 계속해서 뱉어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4시간마다 한 번씩 가래를 녹이는 약으로 호흡기 치료를 하셨습니다. 가래가 묽어지면 기침하면서 뱉어내기가 수월해졌습니다. 또한 한동안 가슴이 답답하면서 가래량이 적으면 공불기를 하거나 석션을 이용해서 강제로 가래를 뱉어내기도 했습니다.
고열에 대한 치료는 얼음팩으로 37.5 이상으로 열이 나면 열를 낮춰주었고 38.5도 가까이 되면 해열제를 놓았습니다. 해열제는 정맥주사를 통해서 투여되었고 정맥주사로는 해열제 외에도 진통제, 항생제, 영양제, 수액을 투여하였습니다. 진통제는 수술 후 상처에 대한 고통을 줄여주는 진통제였고 마약성 진통제로 효과가 아주 좋았지만 말 그대로 마약성이기 때문에 수술 후 이튿날까지만 사용가능했습니다. 항생제는 문합부 누출로 인한 염증치료약으로 하루에 4번 6시간마다 아침 8시, 오후 2시, 저녁 8시, 새벽 2시 간격으로 일정하게 투여하였고 염증이 완전히 잡힐 때까지 사용되었습니다. 영양제와 수액은 환자가 금식을 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식사를 대신해서가장 중요한 영양분을 대신 공급해 주었습니다.
▣ 간병인 역할
입원 중 가장 큰 불만은 금식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염증이 치료되기 전까지는 물조차도 드실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수술 후 금식은 약 4-5일 정도 이루어지지만 아버지는 총 14일 동안 아무것도 드시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상처로 인한 고통은 별로 느끼시지 못하셨고 돌아온 식욕을 억제하시는 게 더 힘들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식사를 못하셨지만 영양제와 수액으로 인해서 소변양은 점점 늘어가셨고 대변도 약 7일 만에 보시게 되었습니다.
병실에서 간병인으로써 하는 일은 소변과 대변양을 체크하고 열이 있는지 확인하고 열이 있다면 온도체크를 요청하고 얼음팩을 이용해서 열을 내리게 하였으며 운동을 시키고 휠체어를 끌고 새벽에 영상을 찍으러 다녔습니다. 입원환자들은 외래환자들보다 앞서 새벽에 각종 영상촬영을 하고 있었습니다. 병실에 와서는 코줄이 코에 잘 있나 확인하고 가래 뱉을 때 입을 닦아주고 호흡기치료와 공불기 하라는 잔소리정도가 보호자의 역할이었습니다. 물론 가장 큰 역할은 환자의 심신안정을 위한 대화와 가족으로써의 든든함이었습니다. 그 외에 모르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병실 간호사분이 친절하게 알려주셨기에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환자복도 더러워지면 간호사분이 갈아입혀 주셨습니다. 병실 쓰레기통이나 침구료 교체 등도 따로 일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불편함 없이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연차를 이용해서 병실에서 10일 동안 아버지 곁을 지켰지만 아버지가 식사하는 모습까지는 보지 못한 채 전문 간병인 분에게 아버지를 부탁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전문 간병인은 병원로비 인포메이션에서 업체 연락처를 통해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일하시는 분80% 이상이 대한민국 국적은 아니고 랜덤으로 배정을 받았지만 다행히 한국말도 너무 잘하셨고 아버지 마음에 쏙 드는 성실하고 부지런한 분이 오셔서 퇴원 때까지 무사히 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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